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로봇 규제, 드러난 부품 공급망의 빈틈
지난글에서는 미국의 로봇 규제가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기회를 얻기 위한 조건은 예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지만 실제 규제 범위는 ‘모든 외국산 로봇’이며,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로봇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드러났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스타트업 직원들은 액추에이터와 카메라 등 중국산 로봇 부품을 여행가방에 담아 미국으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로봇 가격이 다른 나라의 세 배라면 미국에 득될 게 없습니다. 그 순간 경쟁에서 밀리는 겁니다."
— Jan Liphardt, OpenMind 창업자 겸 CEO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업 OpenMind가 2026년 8월 발표한 「피지컬 AI 준비지수(Physical AI Readiness Index)」에 따르면, 오늘날 약 4만6,000달러로 만들 수 있는 휴머노이드 한 대가 중국 공급업체를 제외하면 약 13만1,000달러가 됩니다. 2.8배입니다.
중국산 로봇을 막는 규제가, 정작 미국 로봇 부품 공급망에 빈틈을 보여준 셈입니다.
완성품에서 부품까지 내려온 규제
FCC는 2026년 7월 28일 외국산 첨단 로봇기기를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에 올렸습니다. 배경은 중국 견제이지만, 실제로는 아래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외국산 기기’에 적용됩니다.
도크를 포함해 4.4파운드(약 2kg)를 넘는 지상 이동형 기계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
양방향 중 어느 쪽으로든 200kbps 이상의 유·무선 연결
자율 주행·인식·데이터 수집 또는 원격 제어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뿐 아니라 창고용 자율주행 로봇, 보도 배달로봇, 점검용 로봇, 심지어 기준 무게를 넘는 가정용 로봇청소기까지 포함됩니다. (고정형 산업용 로봇암은 제외 목록에 명시돼 있습니다.)
규제 대상이 되는 제품은 미국산 부품 요건을 맞춰야 합니다. 제품이 미국에서 제조돼야 하고, 전체 부품 원가에서 미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기준을 넘겨야 합니다. 2028년까지 인도되는 제품에는 65%, 2029년부터는 75%가 적용됩니다.
로봇 공급망을 결정하는 6개 핵심 축
완제품 로봇을 보면 각 국가의 경쟁력을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봇의 부품은 서로 다른 산업과 국가에서 공급됩니다. 공급처를 비교적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부품도 있지만, 대체할 방안이 거의 없는 부품도 있습니다. 핵심 부품을 여섯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공급망 축 | 하는 일 | 공급망 변수 |
|---|---|---|
정밀 감속기 | 모터의 빠른 회전을 느리고 강한 회전으로 바꿈 | 정밀 가공 역량과 소수 기업에 집중된 공급 구조 |
서보모터· | 관절을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의 근육 | 모터·감속기·영구자석이 결합된 복합 공급망 |
컨트롤러 | 여러 관절의 움직임을 하나의 궤적으로 통합 | 하드웨어 호환성과 변경 시 발생하는 비용 |
희토류 영구자석 | 모터 안에서 회전하는 힘을 만듦 | 희토류 소재와 가공의 높은 중국 의존도 |
센서 | 비전·라이다·힘토크 센서로 공간과 물체를 인식 | 센서 종류별 공급망과 인식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
배터리·전원 | 이동형 로봇의 가동시간을 결정 | 이동형 여부와 셀·팩의 조달 구조 |
이번 규제에서 OpenMind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공급망 규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했습니다. 영구자석은 일반적인 자석보다 약 10배 강한 자기력을 내어, 작고 가벼운 모터에서 강력한 힘을 만듭니다. 로봇 구동계에 치명적인 부품임에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동맹국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1편에서는 중국 부품에 의존하는 기업이 수혜에서 빠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미국산 부품 65%는 ‘원산지가 미국인 부품’만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규제임에도, 동맹국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감속기 시장을 보면, 동맹국에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OpenMin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가 스트레인웨이브 감속기 세계 시장의 71~85%를, 나브테스코가 대형 산업용 로봇 관절의 약 60%를 점유합니다. 세계가 휴머노이드 관절의 상당 부분을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규제의 수혜를 받으려면 미국 안에서 생산하거나, 미국 제조사의 공급망에 편입돼야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 설계·생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Neo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1X는 액추에이터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택했고, Figure와 Apptronik도 같은 대응을 택했습니다.
미국의 부품 제조사는 규제에 맞춰 자체 생산이나 국내 공급망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이나 미국 공급망 편입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번 규제로 드러난 로봇 부품 공급망의 빈틈은 한국에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에도,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여섯 가지 공급망 축을 한국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로봇 밀도 세계 1위 한국,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40%대
국제로봇연맹(IFR)의 「World Robotics 2025」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1,220대로 로봇 밀도 세계 1위이고, 연간 설치 대수는 3만 600대로 세계 4위입니다. OpenMind의 피지컬 AI 준비지수에서도 66.9점으로 세계 4위에 올랐습니다. 세계의 선두에서 로봇을 도입하고 있지만,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정밀 감속기와 제어 시스템은 일본과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희토류 영구자석은 8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앞서 미국과 같은 공급망 변수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밀 감속기와 액추에이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에 비전·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센서 분야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고, 배터리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희토류 영구자석은 즉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급망 규제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집중했고, 지금도 그때의 대응 경험이 남아 있습니다. 로봇 분야에서 도전할 과제도 같습니다.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미국의 공급망 규제가 한국의 기회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어느 공급망에 역량이 있는지, 그 역량이 미국 내 생산과 미국산 부품 요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규제처럼 장비의 공급이 갑작스레 막히거나, 설비의 교체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과 자동화 도입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아래의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장비 구성이 바뀌었을 때 대안을 검토하고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씨메스로보틱스는 3D 비전과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과 카메라를 공정에 맞게 연동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이 달라졌을 때도 현장 조건에 맞는 대안을 검토하고, 검증을 거쳐 자동화 시스템을 구성합니다. 특정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폭넓은 하드웨어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이 이번 미국의 로봇 규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씨메스로보틱스의 자동화 오케스트레이션은 공급망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도입을 검토하고 계신가요?
공급망 상황은 물론, 현장의 조건과 기존 방식을 함께 살펴보고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고민하고 계신 자동화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