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터뷰] 국내 대표 펩리스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에 '피지컬 AI'를 묻다
대한민국 AI 반도체 유니콘, ‘퓨리오사AI’를 만나다
물류·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비용 효율성과 운영 지속성을 좌우하는 필수 실행 과제입니다. 가상 세계의 AI가 물리적 실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능적 판단을 내리는 '뇌'와 이를 현장에서 실행할 '눈과 손(비전 & 로보틱스)'의 유기적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AI 로보틱스의 대표 기업인 씨메스가 현장에서 축적한 실전 경험과, 국산 AI 반도체의 자존심 퓨리오사AI가 추진하는 고효율 하드웨어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히 기업의 만남을 넘어, 피지컬 AI가 산업 전반에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전략적 연대를 맺고 또 글로벌 시장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메타의 러브콜도 거절한 뚝심, '효율'로 승부하는 퓨리오사AI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 환경에서의 AI 추론(Inference)에 최적화된 AI 가속기 RNGD(‘Renegade’, 레니게이드)를 공개하며 업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7월,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유니콘으로 등극했습니다. 과거 메타(Meta)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노선을 택한 일화는 이들이 가진 기술적 자신감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NVIDIA를 정면으로 이기겠다는 선언보다, AI 워크로드에 더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통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와 총 소유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AI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싶습니다.” - 퓨리오사AI 정영범 상무
퓨리오사AI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효율'과 '비용 구조'입니다. 이는 고성능 AI를 현장에 도입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Pain Point)인 운영 비용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씨메스 역시 지능형 자동화 솔루션을 산업 현장에 보급하며 같은 고민을 해왔기에, 이들의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미래 전략: “엣지로의 여정, 테스트베드에서 시작하라”
씨메스는 다가오는 3월 제품화를 앞두고, 기존의 SI(시스템 통합) 방식 커스텀 프로젝트를 넘어 표준화된 로봇 셀 라인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민은 “서버/IDC 기반의 운영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제품에 AI를 내장(엣지형)할 것인가?”입니다. 이에 대해 퓨리오사AI는 기술적 유행보다는 산업적 현실에 기반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단계적 접근: 처음부터 초저전력 엣지 환경에 올인하기보다는, 워크스테이션이나 테스트베드급에서 엣지 워크로드를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최적화의 과정: 양자화(Quantization), 경량화, 컴파일러 최적화를 통해 모델을 점진적으로 엣지로 내려보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일 것이다.
시장 타겟팅의 중요성: 데이터 센터와 달리 파편화된 엣지 디바이스 시장에서 어떤 특정 영역을 타겟할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은 씨메스의 제품화 전략에 있어 '내장형 vs 서버형'에 대한 고민은 단순한 기술적 결정이 아닌, 원가와 운영 구조를 고려해 내려야 할 신중한 선택임을 시사해 주었습니다.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 속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
현재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씨메스와 퓨리오사AI는 한국 기업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실질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입체적인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 소버린 AI(Sovereign AI)를 넘어 ‘소버린 피지컬 AI’로
데이터 주권은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됩니다. 한국 기업들은 국가적·산업적 특수성을 반영한 소버린 AI 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산업 데이터의 자산화: 국내 제조·물류 현장의 고유 데이터를 외부 유출 없이 고도의 모델로 학습시키고, 이를 국내 하드웨어(NPU) 위에서 구동하는 ‘한국형 AI 풀스택’ 구축이 시급합니다.
정책적 인프라 활용: 정부 지원을 단순 보조금이 아닌, 실전 테스트베드 구축과 데이터 표준화 작업으로 연결하여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합니다.
☑️ 스케일이 행동을 바꾼다: 인센티브 구조의 혁신
스타트업-대기업 간의 협업이 어려운 이유는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인센티브 구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새로운 기술적 리스크를 감수하게 하려면 소규모 단발성 과제(PoC)를 넘어, 공정에 즉각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기술 스택'과 '규모의 경제(Scalability)'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이는 퓨리오사AI의 고효율 반도체와 씨메스의 로봇 자동화 적용 사례들이 개별 프로젝트 중심의 SI를 넘어 글로벌 시장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범용적 제품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3지대’ 공략: 일본과 중동, 기술적 허브로서의 가치
퓨리오사AI 정영범 상무는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곳으로 일본과 중동을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자본력이나 제조 기반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AI 소프트웨어 및 고효율 하드웨어 솔루션에 대한 목마름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본 시장: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일본은 피지컬 AI의 최대 수요처입니다. 지리적·문화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 협력해 표준화된 로봇 셀을 빠르게 보급해야 합니다.
중동 시장: 네옴시티 등 대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는 ‘AI First’ 인프라를 지향합니다. 에너지 효율이 핵심인 이 지역에서 퓨리오사AI의 RNGD와 같은 고전성비 솔루션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연결된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이번 퓨리오사AI와의 인터뷰는 씨메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결국 피지컬 AI의 완성은 강력한 '뇌'와 정밀한 '눈과 손'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씨메스는 앞으로도 퓨리오사AI와 같은 혁신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산업 현장의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실전형 피지컬 AI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연대와 전략적 선택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